보라덕후의 영화 <파묘> 관람후기!(스포주의)

올해 초 가장 처음 관람했던 <귀멸의 칼날>극장판을 보러갔다가 <파묘>의 예고편을 보고 너무나도 흥미로워 보여서 기대를 했었는데요, 처음에는 단순히 조상님의 무덤을 손대면 일어날 수 있는 기묘한 사건들을 다룬 영화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의 복잡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졌습니다!

<파묘>는 한자 '파(破)'와 '묘(墓)'를 결합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말그대로 무덤을 파내는 행위를 연상시키지만, 영화를 통해 조상의 무덤에 문제가 생겨 후손들에게 악재가 발생할 때 행하는 '이장'이라는 장례 문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역사적 한과 애환을 '파묘'하고자하는 마음을 은유적으로 다루고 있었습니다.

줄거리는 무당 이화림과 법사 이도현이 의뢰인의 부자인 집안의 의뢰를 받으며 시작합니다. 의뢰인 가족의 연이은 자살과 질병, 그리고 꿈에 나타나는 할아버지의 혼령은 고향의 무당에게 이르기까지 그들의 근심을 극에 달하게 하죠, 이화림은 '묫바람'의 문제로 진단하고, 풍수사 상덕과 장의사 영근과 함께 이장을 시도합니다.

영화는 전통적인 무당과 법사의 역할, 여우 음양술사와 일본 정령의 등장, 친일파 후손들의 비극적 운명 등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맥락을 교차시키며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특히, 일본 요괴가 현실에 나타난 듯한 연출은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이런 연출들은 한국형 오컬트 영화의 새로운 시도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했죠 

그러나 영화는 단순히 오컬트적 요소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근현대사를 통해 느껴지는 국민적 정서와 상처를 치유하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친일파의 후손들이 나라를 팔아넘긴 대가를 치루는 과정, 그리고 우리의 땅을 지키려는 4명의 주인공들의 고군분투는 영화를 클라이맥스로 끌고가며 과거의 아픔을 극복하고 나아가려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파묘>는 한국형 스릴러를 넘어선, 깊이 있는 역사적 고찰과 오컬트적 상상력이 결합된 작품입니다. 영화는 관객에게 과거의 아픔을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서, 우리 자신과 우리 사회를 되돌아 보게 만드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영화가 다루는 주제와 소재는 전통적인 무속 신앙과 현대의 감각을 접목켜 도깨비불, 오니, 음양사, 소복을 입은 할머니 신, 굿판 등의 요소는 어릴 적 할머니, 할아버지에게서 들었던 괴담이나 <전설의 고향>과 같은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이야기들을 세련된 스타일로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한국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영화가 단순한 공포나 오컬트 장르를 넘어서 문화적 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파묘>는 각각의 캐릭터들이 개인적인 이야기와 함께 한국 사회의 다양한 얼굴을 대변하고있고 특히, 영화의 결말 부분에서는 개인적인 용기와 희생을 통해 공동체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각자가 속한 공동체와 나라를 위한 책임감과 의지를 보여줍니다.

무당과 법사, 그리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겪는 내적, 외적 여정은 저로 하여금 나의 위치를 되돌아보고, 과거의 아픔을 이해하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단순한 스릴러나 오컬트 영화를 넘어, 우리사회의 역사와 문화, 자아 정체성을 탐색하는 데 있어 저에게 큰 힌트를 주었던 영화였습니다. 

<파묘>는 한국형 오컬트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며,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서 깊은 문화적,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영화를 통해 전달되는 강력한 메시지와 시청각적으로 압도적인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까지 오랫동안 기억될 영화였습니다!